밥을 덜 먹으면 혈당이 잡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국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처음으로 혈당 수치를 진지하게 들여다봤을 때, 저는 '뭘 얼마나 어떻게 먹는지'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정 음식 하나를 끊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하루 식사 전체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검진표 수치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결과지에 공복혈당(Fasting Blood Glucose) 수치가 찍혀 나옵니다. 여기서 공복혈당이란 최소 8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혈중 포도당 농도를 말하며, 정상 범위는 100mg/dL 미만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이 숫자가 100~125 사이에 들어오는 순간, 공식 명..
작년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날, 공복혈당 수치가 경계선에 걸려 있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생활 습관 조심하세요" 한 마디로 상담이 끝났고, 저는 그 종이 한 장을 들고 주차장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직접 당뇨병 식사 관리를 공부하고 바꿔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식사 패턴이 혈당을 결정한다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특정 음식이 아니라 식사 패턴 전체입니다. 제가 처음에 했던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이건 먹으면 안 되겠지" 하면서 음식 하나하나를 겁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정작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언제, 무엇과 함께 먹느냐였습니다.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GI란 특정 음식을 먹었을..
건강 유튜브나 블로그를 켜면 새벽 5시 기상, 냉수 샤워, 10분 명상 같은 루틴들이 쏟아집니다. 솔직히 저도 그걸 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싶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허겁지겁 출근 준비하기도 바쁜 직장인한테 "여유롭게 몸을 깨우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와닿을 리가 없죠.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대단한 루틴 대신, 오늘 밤 야식 한 번 참고 아침에 물 한 잔 마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아침 루틴, 현실에서 가능한 선만 지키기수면 중에는 혈압이 낮아졌다가 기상 직후 급격히 오르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를 '모닝 서지(Morning Surge)'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자고 일어난 직후 혈압이 빠르게 치솟는 구간입니다. 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도 기상 직후의 ..
솔직히 저는 고혈압 진단을 받고도 한동안 식단이라는 말 자체를 외면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건 수십 년 차 영양사가 쓴 듯한 완벽한 레시피뿐이었고, 제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현실적인 타협을 찾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들을 이 글에 정리했습니다.채소 반찬, 거창하게 준비하려다 오히려 포기했습니다처음엔 고혈압에 채소가 좋다는 말에 열심히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퇴근하고 배고파 죽겠는 상태에서 채소를 씻고 드레싱을 만드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압니다. 제 경우엔 3일을 못 버티고 그냥 라면을 끓였습니다.여기서 포타슘(Potassium), 우리말로 칼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칼륨이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관..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날, 혈압 수치 옆에 빨간 화살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겁이 덜컥 났는데, 막상 인터넷을 뒤져봐도 교과서를 베껴놓은 것 같은 뻔한 목록들뿐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답답함에서 출발했습니다.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현실에서 딱 한 발짝 더 조심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국물 한 숟가락, 사실 이게 제일 무서웠습니다고혈압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건 짠 음식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직접 겪어보니 문제는 소금통이 아니라 국물 그릇이었습니다.된장찌개나 김치찌개 한 그릇에 들어 있는 나트륨(sodium) 함량은 상당합니다. 여기서 나트륨이란 소금의 주성분으로, 혈관 내 수분량을 늘려 혈압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건강검진 결과지에 '수축기 혈압 138mmHg'라는 숫자가 찍혀 있던 날, 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정상 범위는 120mmHg 미만인데, 고혈압 전단계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그때부터 제가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혈압 측정, 재는 방법부터 틀렸었습니다처음엔 약국에서 혈압을 쟀는데, 바쁘게 걸어 들어가서 기계 앞에 앉자마자 측정 버튼을 눌렀습니다. 당연히 숫자가 높게 나왔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 효과까지 겹쳐서 실제보다 혈압이 부풀려진 상태였던 겁니다. 백의 고혈압이란 병원이나 측정 상황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집에서 편안하게 재는 것..
일주일 식사를 미리 짜두면 건강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저는 그 믿음이 절반쯤은 맞고 절반쯤은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연말 건강검진 독촉 알림을 받고 나서야 허겁지겁 식단을 점검해봤더니, 문제는 '완벽한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실에 맞지 않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주간 식단 계획표를 실제로 써보고 부딪혀보면서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주간식단 — 완벽하게 짤 필요가 없다는 말, 얼마나 맞을까식사 계획표를 처음 만들어봤을 때, 저는 영양소 균형까지 맞춘 7일치 메뉴를 엑셀로 꽉 채워 넣었습니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 그러니까 이른바 3대 영양소(Macronutrient) 배분까지 따졌습니다. 여기서 3대 영양소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는 탄수화물·단..
밥 먹는 데 10분도 안 걸린다는 말을 들으면 "저 얘기인데"라고 느끼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더부룩해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이게 속도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꼭꼭 씹어야 한다는 말은 알면서도, 막상 식탁 앞에 앉으면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게 문제였습니다.숟가락을 내려놓는다는 것, 생각보다 어렵습니다식사 속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저작 횟수(咀嚼 횟수), 즉 음식을 씹는 횟수를 의식적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작이란 음식을 입 안에서 반복적으로 씹어 잘게 부수는 행위를 말하며, 소화 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분비되는 첫 번째 소화 단계이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이 방법을 시도했을 때는 한 입에 ..
마트 장바구니에 망고스틴이나 체리 같은 고가 과일을 한 박스씩 담아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건강을 챙긴다는 명분이었는데, 결국 냉장고 안에서 흐물흐물해진 채로 버려지는 게 반복됐습니다. 과일을 잘 먹는다는 건 비싸고 좋은 걸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먹히는 걸 사는 문제라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현명한 선택 — 비싼 과일이 꼭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양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즉 식물이 자체 보호를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화합물은 가격과 무관하게 사과, 귤, 바나나 같은 흔한 과일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파이토케미컬이란 항산화 작용을 하며 심혈관 질환 예방이나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특정 고급 과일만의 전유물이..
50대인데 뇌 MRI가 80대처럼 보인다면 믿어지십니까? 저도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상담을 받아보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꽤 무거웠습니다. 건망증이 잦아지고 별일 아닌데도 괜히 짜증이 올라오는 날이 늘어서 갔던 건데, 생활습관이 그대로 뇌에 기록된다는 말을 들으니 그냥 흘려듣기가 어렵더군요.생활습관이 뇌에 남기는 흔적뇌 MRI를 보면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흡연과 음주를 30년 넘게 해온 50대 환자의 뇌가 70대 수준으로 위축된 사례는 의학계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무증상 뇌졸중(silent stroke), 즉 특별한 증상 없이 뇌혈관이 조금씩 막히는 상태가 진행되고 있어도 본인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