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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날, LDL 수치가 기준치를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삼겹살을 끊고 달걀 노른자를 피하고 현미밥으로 바꿨습니다. 석 달을 그렇게 살았는데 재검 결과는 거의 똑같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LDL 수치, 식단만 바꾼다고 해결될까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기름진 음식을 줄이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석 달간의 식이요법 끝에 나온 결과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LDL 수치는 고작 3~4mg/dL 내려갔을 뿐이었으니까요.
의학적으로 따지면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 전체 콜레스테롤 중 음식으로 직접 흡수되는 양은 약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간이 탄수화물을 원료로 삼아 자체 합성합니다. 즉, 육류를 아무리 줄여도 간이 알아서 부족분을 채워버리는 구조입니다. 제 석 달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진 게 이 사실을 알고 나서였습니다.
여기서 LDL이란 저밀도 지단백질(Low-Density Lipoprotein)을 의미합니다. 콜레스테롤은 기름 성분이라 물인 혈액에는 녹지 않기 때문에, 지단백질이라는 일종의 운반체에 실려서 이동합니다. LDL은 간에서 각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배달하는 역할을 하고, 반대로 HDL(고밀도 지단백질)은 말초 조직에서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간으로 돌려보냅니다. 한쪽이 배달부라면 다른 쪽은 수거원인 셈입니다.
제 경우처럼 LDL이 높게 나왔을 때 총콜레스테롤 수치에 겁먹는 분들이 많은데, 총콜레스테롤은 HDL과 LDL을 합친 값이라 단독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고지혈증 진단 기준이 되는 것은 LDL 콜레스테롤 단독 수치입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LDL이 160mg/dL을 초과하면 명백한 고지혈증으로 보고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 콜레스테롤의 약 80%는 간이 탄수화물에서 자체 합성
- 식단 조절로 낮출 수 있는 수치는 전체의 20% 범위 이내
- 총콜레스테롤보다 LDL 단독 수치가 치료 기준의 핵심 지표
- 중성지방은 당일 식사 영향을 크게 받아 1~2회 검사로 단정하기 어려움
간합성이 핵심인데, 운동은 왜 빠졌을까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저는 한편으로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 허탈했습니다. 식단 탓이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라는 막막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콜레스테롤 합성량은 개인의 간 기능과 유전적 소인에 따라 세팅값처럼 정해져 있습니다. 과잉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아도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간이 그만큼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처럼 유전자 이상으로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은 질환은 별개 문제지만, 일반적인 고지혈증 범주에서는 "간이 원래 많이 만드는 체질"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영상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식이요법의 한계는 명쾌하게 짚어줬는데,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HDL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지질 대사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거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
또한 내장 비만이 있는 경우, 즉 겉으로는 마른 편인데 복부만 나온 아시아형 비만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LDL 수치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 섭취가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다, 체내 염증 반응을 통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경로가 더 문제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지방, 등푸른 생선 등을 선택하는 것이 같은 칼로리라도 혈관 건강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이유입니다.
스타틴, 공포보다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저도 처음 스타틴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스타틴은 간을 망친다",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스타틴(Statin)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 경로, 구체적으로는 HMG-CoA 환원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쉽게 말해 탄수화물을 먹어도 간이 이를 콜레스테롤로 전환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명령을 내리는 셈입니다. 그 결과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1990년대 이후 수천 건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스타틴은 뇌경색과 심근경색 위험도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왔습니다. 뇌졸중 이미 발생했거나 동맥경화가 확인된 환자라면 LDL을 100mg/dL, 경우에 따라서는 70mg/dL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가 되고, 이 수준을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환자에게 스타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스타틴의 경우 근육통, 드물게는 횡문근융해증이 보고되고, 일부에서 간 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제가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영상에서 스타틴 공포를 지나치게 일축하는 방향으로만 흘러, 실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증상이나 의사와 상의해야 할 시점 등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을 알아야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좀 더 짚어줬으면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영상 제목이 '약 없이 기름 싹 사라지는 법'이었는데 본문의 핵심은 결국 약물 치료의 필요성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자극적 제목은 정작 약이 필요한 분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클릭 수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DL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스타틴을 먹어야 하나요?
A. 일반인 기준으로 LDL이 160mg/dL을 초과해야 고지혈증으로 진단하며, 그 이하라면 식이·운동 관리를 먼저 시도합니다. 다만 뇌경색·심근경색 병력이나 동맥경화가 확인된 경우라면 LDL 100 또는 70mg/dL 이하를 목표로 스타틴이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단계와 위험 인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채식 위주로 바꾸면 콜레스테롤이 확실히 내려가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채식이 콜레스테롤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효과는 생각보다 제한적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이 자체 합성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들어오는 양을 줄여도 간이 부족분을 보충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장 비만이 있거나 과잉 칼로리 상태인 분들은 탄수화물 절제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정상 체중이라면 채식만으로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스타틴 부작용으로 근육통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스타틴 복용 후 근육통이나 무력감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복용을 끊지 말고 담당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약의 종류나 용량을 조정하거나, 증상이 심각한 경우 횡문근융해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 신호를 스스로 모니터링하면서 의사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Q.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뇌출혈 위험도 높아지나요?
A. 뇌졸중이 뇌경색과 뇌출혈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보니 위험 요인이 같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뇌출혈의 주요 위험 인자는 고혈압, 과도한 음주, 노화이며, 고지혈증은 뇌출혈과 상관관계가 약하거나 오히려 역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고지혈증이 강하게 연결되는 것은 뇌경색과 심근경색 쪽입니다.
결론
석 달간 식이요법만 고집하다 좌절했던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콜레스테롤 관리는 단일 전략이 아니라 단계와 개인 상황에 맞는 복합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식단의 지방 종류를 바꾸는 것,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스타틴을 제대로 이해하고 복용하는 것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치에 놀라 식단을 무작정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검진 결과를 들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제 그 길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