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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몸무게 숫자가 작년보다 또 올라가 있었는데, 먹는 양은 분명 줄었는데 왜 이런가 싶어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중년 이후 체중이 쉽게 느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활동량과 근육량의 변화, 그리고 식사 조절 방식까지 — 세 가지를 짚어봤더니 비로소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활동량이 줄면 체중은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건강검진 대기실에서 몇 시간을 앉아 기다리다가 3분도 안 되는 상담으로 끝났을 때, 저는 솔직히 허탈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활동량 좀 늘리세요"라고 하시는데 그 말 한마디에 5,000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직접 파고들어 봤습니다.
비非운동성 활동 열 생산(NEAT,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NEAT란 운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 움직임 — 걷기, 계단 오르기, 설거지, 심지어 앉아서 자세를 바꾸는 것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하루에 태우는 열량을 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NEAT가 하루 총 에너지 소비의 15~3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Mayo Clinic).
제가 직접 만보기를 차고 일주일을 재봤더니 하루 평균 3,800보가 나왔습니다. 예전 직장 다닐 때는 의식하지 않아도 7,000보 이상은 걸었을 텐데, 재택이 늘면서 반토막 난 겁니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움직임이 줄었으니 체중이 느는 건 계산 결과였던 셈입니다.
이걸 깨달은 뒤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마트까지 걸어가기처럼 작은 것부터 바꿨습니다. 거창한 운동 계획보다 NEAT를 의식적으로 높이는 쪽이 일상에 훨씬 잘 붙더라고요.
- 재택 근무·은퇴 후 이동 거리 자체가 줄어 NEAT가 급감
- 하루 보행 수가 5,000보 미만이면 에너지 소비 격차가 눈에 띄게 발생
-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면 생활 속 이동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
근육량이 빠지면 가만히 있어도 살이 찝니다
활동량 문제를 해결하면 끝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꾸준히 걷기를 3개월 해도 체중이 좀처럼 줄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알고 보니 근육량이 문제였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근감소증이란 노화에 따라 골격근 양과 근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한근감소증학회 자료에 따르면 사람은 40대부터 매년 약 1%씩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60대 이후에는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집니다(출처: 대한근감소증학회).
근육이 중요한 이유는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 때문입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숨만 쉬고 가만히 누워 있을 때도 몸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하는 최소 에너지량입니다. 근육은 지방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태우는 조직이라, 근육이 빠지면 기초대사량도 같이 내려갑니다. 즉, 전과 똑같이 먹어도 남는 에너지가 더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걷기만 하다 체중이 안 빠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걷기는 심폐 기능에는 좋지만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스쿼트와 벽 푸시업을 하루 10분씩 추가했더니 체성분 검사에서 근육량 수치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분이 이렇게 차이를 만들 줄은 몰랐거든요. 다만 관절이나 심혈관 문제가 있는 분은 운동 강도를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식사 조절은 굶는 게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활동량을 늘리고 근력 운동도 시작했는데, 체중이 생각보다 더디게 잡혔습니다. 결국 먹는 쪽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줄이려고 했더니 금방 허기지고 예민해지더군요. 제 경험상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에너지 균형(Energy Balance)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에너지 균형이란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 사이의 차이를 말하는데, 소비가 섭취보다 크면 체지방이 줄고 반대면 늘어납니다. 문제는 중년 이후 소비 쪽이 조용히 줄어드는데 섭취 쪽은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저는 식사 자체를 줄이기보다 어디서 칼로리가 추가로 들어오는지 먼저 살폈습니다. 야식으로 먹던 과자 한 봉지, 커피에 넣는 시럽, 퇴근 후 습관처럼 마시던 캔맥주 한 두 개. 이것들만 정리했더니 하루 300~400kcal 정도가 빠졌습니다. 굶지 않고도 에너지 균형을 바꾼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조건 덜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식사의 전체 구조를 보고 어디서 군더더기 칼로리가 새는지 찾는 것이 훨씬 지속 가능했습니다. 특히 단맛 나는 음료는 포만감 없이 열량만 높아서 제일 먼저 점검하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년에 살이 찌는 게 호르몬 때문인가요, 운동 부족 때문인가요?
A. 둘 다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여성의 경우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 변화가 체지방 분포에 영향을 주고, 남성도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합니다. 하지만 호르몬은 배경이고, 활동량 감소와 근육량 저하가 직접적인 체중 증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호르몬 문제가 의심되면 내분비내과 검진을 먼저 받아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Q. 40대인데 근력 운동 처음 시작해도 효과가 있나요?
A. 효과가 있습니다. 근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극을 주면 반응합니다. 처음에는 맨몸 스쿼트나 벽 푸시업처럼 관절에 무리가 적은 동작부터 시작하고, 주 2~3회 꾸준히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도 40대 중반에 처음 시작했는데 3개월 후 체성분 검사에서 근육량 수치가 올라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Q. 기초대사량이 줄면 얼마나 먹어야 체중이 유지되나요?
A. 개인마다 다르지만, 40~50대 성인 기준 기초대사량은 20~30대보다 10~15%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체성분 분석기로 측정하는 것이 좋고, 그 값에 활동량 계수를 곱한 총 에너지 필요량을 기준으로 식사량을 설계하면 훨씬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Q. 걷기만 해도 중년 체중 관리가 되나요?
A. 걷기는 심폐 기능과 NEAT 향상에 효과적이지만, 근육량 유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근감소증을 막으려면 걷기에 근력 운동을 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걷기만 3개월 했을 때 체중이 거의 안 빠졌다가, 주 2회 맨몸 근력 운동을 추가한 뒤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론
건강검진 결과지 앞에서 느꼈던 씁쓸함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활동량(NEAT)이 줄고, 근감소증으로 기초대사량이 내려가고, 추가 칼로리가 쌓이는 —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중년 이후 체중을 조용히 끌어올립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굶기로는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제 몸으로 먼저 확인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루 보행 수를 재보는 것입니다.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서 출발해서 걷기를 늘리고, 맨몸 근력 운동을 조금씩 더하고, 야식과 단 음료부터 끊는 순서로 접근하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합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만보기 하나 차는 것이 훨씬 값진 출발점입니다.